요·순 임금 바둑의 기원

바둑의 첫 시작은 요·순 임금 시절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이걸 증빙할 수 없는 유물은 없지만, 기록물이 남아 있어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죠. 이번 글에서는 바둑이 탄생하게 된 그 시절 이야기를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요순 임금 바둑

요 임금의 근심과 단주

요(堯) 임금은 전설 속에서 늘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임금”으로 그려지지만, 집안일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아들 단주(丹朱)가 문제였습니다. 단주는 머리가 아주 나쁘다기보다, 감정이 앞서고 참을성이 부족하고,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멈추지 못하는 성격으로 묘사됩니다. 누가 따끔하게 말해도 그때뿐이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대로 돌아가는 모습이 반복됩니다.

요는 고민합니다. 나라를 맡길 사람은 덕이 있어야 한다고 믿지만, 아들이 이렇게 흔들리면 아버지 마음이 편할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강하게 눌러서 억지로 “착한 척”만 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습니다. 전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요가 찾는 건 “말로 설득하는 방법”이 아니라, 단주가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순을 부른 요

요는 순(舜)을 부릅니다. 순은 백성들 사이에서 성품이 곧고, 남을 다루는 방식이 부드럽고, 무엇보다 사람 마음을 잘 읽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는 순에게 단주의 상태를 솔직하게 말합니다. 좋은 말로도 해보고, 엄하게도 해보고, 예절을 가르치고, 생활을 바로잡으려 해도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순은 단번에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고 하지 않고, 먼저 사람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전설 속 순은 “사람은 듣고 고치는 게 아니라, 겪고 고친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단주 같은 성향은 특히 더 그렇다고 합니다. 누가 옆에서 백 번 말해도, 마음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변화는 오래 못 간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느냐. 순이 제안한 방법이 바로 바둑입니다.

바둑의 기원과 전파 과정 👆

바둑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

며칠 뒤, 궁정에 바둑판과 흑돌·백돌이 놓입니다. 전설에서 이 장면은 꽤 인상적으로 그려집니다. 말로 훈계하는 자리도 아니고, 벌을 주는 자리도 아닙니다. 조용히 판을 펴고, 돌을 가지런히 두고, 규칙을 설명합니다.

순은 단주에게 이렇게 말하는 식으로 전해집니다. 이 판 위에서는 목소리가 크다고 이길 수 없고, 성질을 낸다고 상대가 물러서지 않는다. 한 번 놓인 돌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급하게 달려들면 오히려 자기 돌이 위험해진다. “조금 손해 보더라도 큰 걸 지키는 법”을 배워야 오래 간다. 이런 이야기를 바둑 규칙과 함께 풀어줍니다.

단주는 처음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돌 놓는 놀이가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표정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한 판이 시작되면, 단주는 성격대로 빠르게 승부를 내고 싶어 합니다.

단주의 첫 대국

처음 단주는 눈에 보이는 걸 잡으려 듭니다. 상대 돌을 쫓아가고, 한 번 걸리면 끝까지 물고 늘어집니다. 작은 이득이라도 생기면 기세가 올라 더 크게 욕심을 냅니다. 바둑판의 한쪽을 넓게 차지해 놓고 “이만큼이면 됐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순은 그걸 정면으로 막지 않습니다. 억지로 “그 수는 나쁘다”고 끊어버리기보다, 단주의 수가 스스로 무너지게 두는 쪽입니다. 단주가 한쪽에서만 욕심을 내는 사이, 순은 다른 쪽에서 조용히 연결을 만들고, 숨 쉴 자리(살 길)를 남겨두고, 단주의 돌이 끊기기 쉬운 모양을 유도합니다.

결과는 전설이 늘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단주는 당장 몇 점을 잡아 기뻐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 돌이 여기저기 갈라져 나중에 더 크게 잡힙니다. 한쪽을 크게 차지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겉만 넓고 안쪽이 비어 결국 무너집니다. 단주는 분해합니다. “운이 나빴다” “상대가 비겁하게 빠져나갔다” 같은 말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그때 순은 단주를 혼내기보다, 딱 한 가지를 묻는 식으로 전해집니다. “방금 너는 무엇을 얻으려고 그 수를 두었느냐.” 단주가 “잡으려고”라고 답하면, 순은 다시 묻습니다. “잡은 다음에는 무엇을 지키려고 했느냐.” 이 질문에서 단주가 막히는 장면이 전설의 핵심 포인트처럼 반복됩니다. 잡는 것만 생각하고, 지키는 것과 연결하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는 걸 스스로 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바둑이 가르치는 ‘멈춤’

전설은 단주가 하루아침에 성인이 되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 번 지고, 여러 번 화내고, 또 다시 두고, 그러다 조금씩 바뀌는 흐름을 택합니다.

처음 단주는 “이기고 싶다”만 앞섭니다. 그런데 바둑은 이상하게도,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실수가 늘어납니다. 더 빨리 끝내고 싶어서 무리하게 들어갔다가 되받아치이고, 억울해서 한 번 더 욕심을 냈다가 전체 판이 무너집니다. 이 경험이 반복되면, 단주는 결국 깨닫습니다. 바둑에서는 성질을 내는 순간 이미 손해가 시작된다는 것을요.

그 다음에 배우는 건 “버리는 법”입니다. 바둑에서 모든 돌을 다 살릴 수는 없습니다. 작은 걸 버려야 큰 걸 살리는 순간이 꼭 옵니다. 단주는 처음에는 그게 너무 싫어서 끝까지 버티다가 크게 당하지만, 여러 번 겪고 나면 “여긴 버리고, 저긴 지키자”는 선택을 조금씩 하게 됩니다. 전설이 말하고 싶은 건 바로 이런 변화입니다. 남이 시켜서 억지로 절제하는 게 아니라, 절제가 없으면 손해가 더 커진다는 걸 스스로 체험한 뒤에야 생기는 ‘자발적인 멈춤’입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상대를 보는 눈입니다. 처음엔 단주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밀어붙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대의 의도와 다음 수를 상상하게 됩니다. 바둑은 상대가 있어야 굴러가기 때문에, 상대를 무시하면 바로 손해로 돌아옵니다. 전설 속 단주가 조금씩 고쳐지는 과정은 이런 식으로 설명됩니다.

전설의 또 다른 버전

요·순 바둑 전설은 한 가지 버전으로만 전해지지 않습니다. 어떤 전승에서는 “요가 바둑을 만들었다”가 중심이고, 또 어떤 전승에서는 “순이 자기 아들 상균(商均)이 어리석어 걱정되어 바둑을 만들어 가르쳤다”는 이야기가 함께 붙습니다.

이 버전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똑같이 말로 훈계해도 잘 안 바뀌는 아이가 있고, 그 아이에게 바둑을 통해 집중과 절제, 선택의 책임을 배우게 한다는 흐름입니다. 결국 요든 순이든, 전설은 “가르치는 방식”을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큰소리로 혼내서 바꾸는 게 아니라, 스스로 느끼고 깨닫게 하는 쪽이 오래 간다는 메시지입니다.

전설을 뒷받침하는 기록

전설이 “이런 이야기로 전해진다”는 수준의 기록은 분명히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본(世本)』 계열에서 “요가 바둑을 만들고 단주가 잘했다(堯造圍棋 丹朱善之)” 같은 문구가 언급된다고 소개됩니다. 

또 서진(西晉) 장화(張華)의 『박물지(博物志)』에는 “요가 바둑을 만들어 아들 단주를 가르쳤다”는 문장이 실려 있고, 거기에 “또는 순이 아들 상균이 어리석어 바둑을 만들어 가르쳤다고도 한다”는 식의 덧붙임이 함께 전해진다고 합니다.

확실한 증거

여기서부터는 결이 달라집니다. 요·순과 단주 이야기는 전형적으로 “아주 오래전 성군 시대”를 배경으로 잡는 전설이라, 그 시대에 실제로 누가 무엇을 만들었다고 단정할 만한 동시대 자료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 기준으로는 보통 이렇게 이해합니다. “요가 만들었다”는 말은 사실 확인이라기보다, 바둑을 아주 오래된 문화로 보이게 하고, 동시에 ‘아이를 가르치는 데 도움 되는 것’으로 설명하려는 이야기라는 쪽에 더 가깝다는 것입니다.

즉, 전설이 적혀 있는 문헌은 있지만, 그 문헌이 곧바로 “요·순 시대에 실제로 발명됐다”를 증명해주지는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바둑이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음은 확실

전설과는 별개로, “바둑(또는 고대에 ‘弈’라고 불린 것)이 꽤 이른 시기부터 있었다”는 쪽은 비교적 근거가 쌓여 있습니다.

문헌 쪽에서는 『좌전(左傳)』에 “弈棋”를 비유로 드는 대목이 있고, 이게 기원전 548년 무렵 사건을 전하는 내용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흔히 “弈者舉棋不定(바둑 두는 사람이 돌을 들고도 결정을 못 하면 진다)”라는 문장으로 알려진 부분입니다.

유물 쪽에서도, 한대(漢代) 무덤 관련 유적에서 바둑판으로 해석되는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한(西漢) 양릉(陽陵) 유적에서 나온 바둑판 조각이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이른 실물 증거”로 자주 소개됩니다. 또한 동한(東漢) 무덤에서 17×17 선을 가진 석제 바둑판이 확인되었다는 자료도 있어, 당시 바둑판 형태가 실제로 쓰였음을 뒷받침합니다.

결론

요·순 임금 바둑 전설은 “바둑이 언제, 누가 만들었는가”를 딱 잘라 증명하려는 이야기라기보다, 바둑이 사람을 가르치는 데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쉽게 보여주는 이야기로 전해집니다. 말로 훈계해도 잘 바뀌지 않던 단주가 바둑판 위에서 욕심을 내다 무너지고, 조급하게 덤비다 손해를 보고, 결국 스스로 멈추는 법을 조금씩 배우는 흐름은 지금 읽어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실제로 요·순 시대에 바둑이 만들어졌다고 확실히 말할 만한 직접 증거는 부족하지만, 이런 전설이 후대 문헌에 반복해서 등장하며 널리 전해졌다는 점은 확인됩니다. 결국 이 전설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바둑이 단순히 재미있는 놀이를 넘어 ‘생각하는 습관’과 ‘절제’ 같은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만든다는 느낌을 사람들에게 남겼기 때문입니다.

FAQ

요·순 임금이 진짜로 바둑을 만들었나요?

확실하게 “맞다”라고 말할 만한 직접 증거는 부족합니다. 요·순 자체가 아주 오래전 성군을 배경으로 한 전설의 무대에 가까워서, 실제 발명 사건을 당대 자료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요가 바둑을 만들고 단주가 잘했다” 같은 문장이 후대 문헌에서 반복 인용되며 전해졌다는 점은 확인됩니다.

전설은 어디에 기록되어 있나요?

여러 자료에서 『세본(世本)』 계열에 “요가 바둑을 만들고 단주가 능했다”는 문구가 언급된다고 소개합니다. 또 서진(西晉) 장화(張華)의 『박물지(博物志)』에 비슷한 내용이 실려 전설의 대표적인 출처로 자주 거론됩니다. 다만 『세본』은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지 않아, 후대 인용을 통해 알려진 성격이 강합니다.

왜 전설 속에서 단주는 바둑으로 가르치려 했나요?

전설에서는 단주가 말로 타일러도 쉽게 바뀌지 않는 인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바둑은 한 수를 두면 되돌리기 어렵고, 욕심을 내면 빈틈이 생기고, 조급하면 큰 손해로 이어지는 일이 많아서, “말로 듣는 교훈”보다 “직접 겪는 결과”로 스스로 느끼게 한다는 식으로 설명됩니다.

단주가 바둑을 배우고 완전히 달라졌나요?

전설은 보통 단주가 하루아침에 성인이 되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여러 번 지고 화내고 다시 두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멈추는 법을 배우는 흐름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버전은 “기술은 늘었지만 덕은 끝내 부족했다”처럼 변화의 한계를 남기기도 해서, 이야기 결말은 전승에 따라 다르게 전해집니다.

“순이 아들 상균을 가르치려고 바둑을 만들었다”는 말도 같은 전설인가요?

같은 계열로 함께 전해지는 변주라고 보면 됩니다. 어떤 전승은 요·단주 중심이고, 어떤 전승은 순·상균 중심으로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뀝니다. 공통점은 “말로만 안 되는 성격을, 바둑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한다”는 흐름입니다.

전설과 별개로, 바둑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근거는 있나요?

전설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바둑 또는 고대에 ‘弈’로 불린 놀이가 꽤 이른 시기의 문헌에서 언급된다는 설명이 많습니다. 또 한대(漢代) 무덤·유적에서 바둑판으로 해석되는 유물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어, 최소한 그 시기에는 실제로 쓰였다는 정황을 보여줍니다.

이 전설을 글에 쓸 때, 사실처럼 단정해도 괜찮을까요?

단정하기보다는 “전해지는 이야기”로 소개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예를 들어 “요가 단주를 위해 바둑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처럼 표현하면, 전설의 재미와 의미는 살리면서도 사실 여부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요·순 바둑 전설에서 가장 핵심으로 보는 포인트는 뭔가요?

전설의 중심은 “바둑이 사람의 성격을 고치게 만드는 과정”에 있습니다. 욕심을 내면 무너지고, 조급하면 손해를 보며, 결국 스스로 균형을 찾게 되는 흐름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이 전설은 바둑을 ‘생각을 정리하게 만드는 놀이’로 그려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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